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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 주보에 실려 감동먹은 글 나누고파...홈지기 *
우리 집 베란다에는 화초가 제법 많다.
고급스럽고 화려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볼 만한 자태를 지니고 있다.
그 화초들은 거의 다 우리 집에 와서 나무라고 부를 만한 모습을 갖추었다.
처음 화초를 키우기 시작했던 것은,
삭막한 도싱에서만 사는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 나를 행복하게 했던 자연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 주고 싶어서 였다
이러한 여러 화분 중에서 내 관심과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것이 있다.
그것은 천장에 닿을 만큼 큰 나무도 아니고 화려한 황금 관음죽도 아닌,
아주 작은 화분에 담긴 '바이올렛'이라는 꽃이다.
이유는 4년 전에 바이올렛이 나에게 준 감동 때문이다.
그 해 봄, 시장에 나갔다가 꽃집 앞에 놓인 바이올렛이 너무 앙징맞고 예뻐서 화분 두 개를 사 들고 왔다.
그런데 영양 상태가 좋았는지 금방 자라서 화분이 작아 보이게 되었다.
그래서 잎을 몇 개 솎았는데 버리기 아까워 작은 컵에 물을 붓고 담아 두었다.
그러기를 한 달쯤 된 어느날, 잎사귀 끝에 하얀 실 같은 것이 눈에 띄었다.
그것이 며칠 사이에 서너 개가 나왔다. 아주머니가 말하던 뿌리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것이 나오기 위해 잎에 달린 줄기 끝이 너덜너덜하게 짓물러져 있었다.
또 한 생명의 탄생을 위해 잎은 자기 몸이 뭉개지는 고통을 감당해야 했던 것이다.
전율이 온 몸으로 퍼지면서 나는 내가 느꼈던 진통의 아픔을 다시 느껴야 했다.
그리고 하나의 잎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다는 사실이 경이로웠다.
생명의 고귀함과 그 생명을 주시고 자연을 운영하시는 주님의 위대하심을 체험했던 순간이었다.
나는 뿌리가 내린 것을 금분에 조심조심 심었다. 다시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새싹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 새싹이 커 감에 따라 모엽은 시들어 갔다.
새싹이 제 모습을 갖추면 완전히 시들어 죽어 버린다. 자신의 할 일을 다했다는 듯이.
모진 세월을 살면서도 자식을 위해 당신들의 즐거움은 저만치 밀쳐 두고 슬픔을 안으로 삼키셨던 우리의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모엽은 그렇게 스러져 갔다.
그리고 자식인 우리가 부모님의 희생과 사랑으로 살아 왔듯이 바이올렛 새싹도 그렇게 자랄 것이다.
꽃도 피울 것이다.
그리고 우리처럼 모엽의 전설을 잊어갈 것이다.
바이올렛은 나에게 부모로서의 부족함도 깨우쳐 주었다.
바이올렛은 위에서 물을 부어 주는 것이 아니라 받침에 물을 주면 스스로 그것을 빨아들여 자란다.
급한 마음에 물을 주면 잎이 말라 죽는다.
우리 아이들 또한 이 꽃을 닮았다.
아이들을 부모의 욕심대로 위에서 끌고 간다면 우리 아이들 역시 자신의 삶을 만족하게 살기가 어려울 것이다.
바이올렛 화분 밑받침에 물을 주듯이 부모는 아이들이 하고자 하는 일에 후원자요 조력자로 만족해야 하는 것 같다
.
그 옛날 우리 부모님은 내가 필요할 때 항상 거기 계셨고 그것을 알았을 때 나는 얼마나 안심되고 행복했던가!
새삼 자식에게 너무 조급하고 강압적인 내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이제 나는 자식이자 부모 된 자리에 있다.
위를 봐도 아래를 봐도 부끄러움 뿐이다.
자식이 되어서는 바쁘다는 핑계로 떡잎 되어 떨어져 버린 부모님을 자주 잊어 버린다
부모가 되어서는 자식을 위한다는 핑계로 나의 욕심을 정당화한다.
이러한 자식이건만 그 자식 위해 늘 기도하며 가슴 졸여 지켜보시는 분이 부모님이시다.
내가 부르면 언제난 대답하실 수 있는 곳에 계신 분이시다.
늘 '너희만 잘 살면 나는 행복하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는 분이 우리 부모님이시다.
그리고 이러한 부모님의 마음은 바로 주님의 마음이다.
우리를 향한 주님의 마음을 알게 하시려고 우리에게 자녀를 주셨다는 것을 나는 보잘 것 없는 바이올렛을 키우며 깨달았다.
가정의 달 5월에 큰 사랑으로 늘 지켜 주시는 주님과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며 우리 또한 그분 닮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리라. |
